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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의 역사] 김밥
바야흐로 나들이의 계절이 다가왔다. 요즘은 외식문화 발달로 특별히 도시락을 싸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나들이하면 도시락, 도시락 하면 김밥이 최고였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70,80년대 학교 소풍의 대표 음식이었던 김밥은 엄마의 손맛을 서로 자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형형색색 각 가정마다 다른 속재료를 채워 넣은 김밥을 나눠먹는 점심시간이야말로 소풍의 하이라이트였다. 이렇듯 김밥은 일상적인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때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이벤트적인 특성이 강했다.
하지만 특별 가정식이던 김밥은 1990년대 말 김밥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하는 음식의 대명사로 이미지를 탈바꿈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김밥은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하던 김치찌개를 제치고 직장인 점심메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일상적인 음식이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김밥이 가진 간편성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의 속성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한국 사람들에게 특별할 것 없는 간단음식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김밥을 우리는 언제부터 먹어온 것일까.
오늘날 우리가 먹는 형태의 김밥, 즉 소금과 참기름으로 간을 한 고소하고 짭짤한 밥에 달걀, 단무지, 시금치나물을 기본으로 하여 갖가지 다른 재료를 채워 만 김밥은 1950년대 이후부터 완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김밥을 먹지 않은 것일까.
김밥의 유래에 대한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고유한 복쌈문화에서 발전했을 것이라는 주장과 일본의 김말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복쌈은 정월 대보름날 복을 싸서 먹는다는 의미로 김이나 취에 밥을 싸서 먹는 풍속이다. 19세기 중반에 나온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우리 민족은 고래로부터 정월 대보름에는 배춧잎과 김으로 밥을 싸서 먹었다고 한다. 김밥의 주재료인 김은 조선 초기 세종 때 만들어진 '경상도지리지'에 김이 경상도의 토산품이라는 기록이 나오고, 15세기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전라남도 광양군 태인도의 토산품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부터 이미 김 양식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남아있는 조선시대 음식레시피에 김은 쌈보다는 나물처럼 무쳐먹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볼 때 복쌈은 정월 대보름의 특별식이 아니었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