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후 “여성들이 좋아할 포인트를 잘 아는 게 중요하다” 많은 배우들은 말한다.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 기억되고 싶다고. 이 어렵고도 달콤한 꿈을, 박시후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이하 <완이만>)의 준석으로, 능글맞게 ‘이거 키스’를 하던 SBS <검사 프린세스>의 ‘서변’으로, 남자 비서와 투닥거리는 모습마저 귀여웠던 MBC <역전의 여왕>의 구용식으로 이뤄냈다. 박시후는 매 작품마다 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캐릭터들을 만들어냈고, 그것들이 모여 박시후표 멜로라는 하나의 장르를 완성했다. 그러나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박시후는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보다 오히려 SBS <시크릿 가든>의 오스카(윤상현)를 닮았다. 무명 시절에도 단 한 번도 좌절한 적이 없었고,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박시후는 얄미울 정도로 영
스크린에 본인 얼굴이 나오는 걸 보니 어떻던가. 박시후: 만족스럽다. (웃음) 조명을 잘 쓰셨는지 굉장히 샤프하게 나왔고, 생각보다 스크린에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큰 화면으로 보면 표정이나 눈빛도 들키기 쉽고 뭔가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특히 이두석은 섬세한 연기가 필요한 캐릭터였다. 미소도 확 밝은 미소가 아니고 눈빛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묘한 눈빛에 초점을 많이 맞췄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다. 박시후: 드라마에서 이미 했던 걸 식상하게 또 보여줄 필요는 없으니까. 정말 센 역할, 신이 많지 않더라도 강렬하게 와 닿을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살인범 캐릭터를 선택했다. 연기의 초점 자체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거였다. 관객들이 봤을 때 얘가 반성을 하러 나온 건지, 주목받고 싶은 건지, 돈을 벌고 싶어서 그런 건지 궁금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스크린 데뷔작인데다 캐릭터 자체도 욕심을 부릴 요소들이 많았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최 형사(정재영)에게 무게 중심을 양보하는 것 같았다. 박시후: 그래서 좀 아쉽다. 연기 변신을 하는 거니까 한 번 더 살인범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두석이 누군가를 협박하는 신이 있었는데 편집됐다. 비슷한 신이 하나 더 있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그렇게 됐는데, 그럴 거면 아예 촬영하질 말던가. (웃음)
그만큼 욕심이 많았던 것 같은데, 첫 영화를 통해 얻고 싶은 건 뭐였나. 박시후: 크게 빛을 보거나 확 일어선다기보다 이번 작품을 계기로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면 한다. 첫 작품으로서 훌륭한 선택이었고 박시후가 스크린에도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날 계속 주인공으로 쓰셨던 드라마 감독님들은 영화를 보시고 캐릭터를 좀 더 살릴 수 있었을 거라고 아쉬워하시던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일단 작품이 재밌어야 된다. 작품이 잘 되면 나한테도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개인적인 욕심은 다음 작품에